yasorich 님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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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4. 16.

    by. yasorich

    목차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누군가의 손길에 의해 길러지고, 보살핌을 받으며 성장한다. 그 돌봄의 중심에는 언제나 음식이 있다. 음식은 단순한 생존의 수단을 넘어, 관계를 맺고, 정을 나누며, 문화를 공유하는 가장 일상적이면서도 깊은 표현 수단이다. 우리는 음식을 통해 누군가를 생각하고, 기억하고, 사랑하며, 돌본다. 한국 사회에서 특히 음식은 ‘정(情)’이라는 감정을 전달하는 강력한 도구로 자리 잡아 왔다.

      사람과 돌봄

      가정에서의 음식과 돌봄

      가정은 돌봄의 가장 근본적인 공간이다. 어머니가 새벽부터 일어나 가족의 아침을 준비하는 모습, 자녀가 입맛에 맞는 반찬을 챙기기 위해 애쓰는 부모의 손길은 모두 음식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표현되는 사랑의 방식이다. 아이가 감기에 걸렸을 때 끓여주는 따뜻한 미역국, 시험을 앞둔 날 저녁상 위에 올라오는 고기반찬, 장날에 사 온 과일 하나까지도 모두 돌봄의 마음이 깃든 것이다.

      한국의 전통 식문화 속에서는 이런 마음이 더욱 강조된다. 예컨대 김장은 단순히 김치를 담그는 과정이 아니라, 가족과 이웃이 함께 모여 정을 나누고, 겨울을 함께 준비하는 공동체적 행위이다. 어르신들은 “김장을 해야 겨울을 나지”라고 말씀하시며, 그 속에 서로를 걱정하고 돌보는 마음을 담는다.

       

      명절 음식과 공동체

      설날이나 추석 같은 명절은 한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음식문화가 드러나는 시기이다. 송편, 전, 나물, 탕국 등은 단순한 요리가 아니라 조상에 대한 예와 가족에 대한 사랑이 담긴 음식이다.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은 번거롭고 고되지만, 가족이 함께 모이고, 음식을 나누며 웃음 짓는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돌봄의 순간이다.

      이처럼 명절 음식은 세대를 이어주는 전통이자, 함께 시간을 보내며 마음을 나누는 계기이다. 특히 음식 준비에 있어서 어른이 아이에게 전하는 요리법과 그에 담긴 이야기는 단순한 조리법이 아니라 삶의 지혜와 애정이 스며 있는 문화적 유산이다.

       

      음식 나눔과 사회적 돌봄

      개인과 가정을 넘어 음식은 사회적인 돌봄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어려운 이웃에게 나누는 도시락, 지역사회에서 운영하는 무료급식소, 어르신들을 위한 경로식당 등은 모두 ‘음식으로 돌보는’ 한국 사회의 따뜻한 단면이다. 특히 코로나19 시기에는 ‘도시락 나눔’, ‘반찬 배달’ 등의 활동이 활발히 진행되며, 위기 속에서도 우리가 서로를 잊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를 음식으로 전했다.

      또한, 최근에는 공유냉장고나 푸드뱅크 같은 새로운 형태의 음식 나눔 문화도 등장했다. 이는 단순히 남는 음식을 나누는 것을 넘어, 공동체가 함께 상생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돌봄의 형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음식과 마음의 연결

      누군가를 생각하며 음식을 준비하는 마음, 먹는 사람의 기호를 고려해 반찬의 간을 맞추는 섬세함,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정성껏 차리는 상차림 등은 모두 마음의 표현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밥은 먹었니?”, “맛있는 거 해줄게”라는 말을 통해 사랑을 고백하고 안부를 묻는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서 음식은 단순한 ‘먹는 행위’를 넘어 ‘정서적 유대’를 형성하는 핵심 도구로 기능한다.

      음식은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전달할 수 있다. 언어가 부족한 순간에도 음식은 마음을 전하는 수단이 된다. 슬픔의 순간에는 따뜻한 국 한 그릇이, 기쁨의 순간에는 함께 나누는 떡 한 조각이 마음을 위로하고 공감하게 만든다. 이처럼 음식은 인간 감정의 복잡한 결을 담아내는 섬세한 도구이자, 돌봄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바쁜 일상 속에서 식사를 빠르게 해결하고, 간편식을 선호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음식이 단순한 ‘섭취’가 아니라 누군가를 향한 ‘마음’임을 기억한다면, 우리의 식탁은 훨씬 따뜻하고 풍성해질 수 있다. 밥 한 끼, 반찬 하나에도 누군가의 노고와 사랑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되새기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더욱 깊은 관계를 맺고, 건강한 공동체를 이루어갈 수 있다.

      음식은 사랑이고, 돌봄이며, 기억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중심에서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사람을 잇고 있다.